빛나는세상/출석부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믈헐다 2021. 10. 22. 02:32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출처: 미당 서정주 전집, 은행나무, 2015.

(사진은 빛나는세상 나눔의 공간 '수채화님' 제공)

 

달빛에 꽃가지가 휘어지니 달님도 깔깔 웃는 한가위가 그려낸 풍경화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마루에서 달빛과 웃음과 수다까지 섞어,

송편을 빚는 추석 풍경은 참으로 넉넉하고 여유롭게 다가온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끌어내 준 그 화목하고 인정 넘치던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가슴 터질 듯이 그리운 이 시대가 되었다.

옛날엔 추석이 풍요의 상징이었으나 오늘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감의 물기도 마르고, 추석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번 추석은 달빛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정겨운 그림 한 폭을 그려봄이 어떨까.

 

*참고

‘대수풀’은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으로 바른 표기는 ‘대숲’이다.

달님’과 ‘해님’은 달과 해를 의인화하여 높여 부르는 표준어이다. ‘햇님’은 비표준어.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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