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출처: 미당 서정주 전집, 은행나무, 2015.
(사진은 빛나는세상 나눔의 공간 '수채화님' 제공)
달빛에 꽃가지가 휘어지니 달님도 깔깔 웃는 한가위가 그려낸 풍경화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마루에서 달빛과 웃음과 수다까지 섞어,
송편을 빚는 추석 풍경은 참으로 넉넉하고 여유롭게 다가온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끌어내 준 그 화목하고 인정 넘치던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가슴 터질 듯이 그리운 이 시대가 되었다.
옛날엔 추석이 풍요의 상징이었으나 오늘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감의 물기도 마르고, 추석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번 추석은 달빛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정겨운 그림 한 폭을 그려봄이 어떨까.
*참고
‘대수풀’은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으로 바른 표기는 ‘대숲’이다.
‘달님’과 ‘해님’은 달과 해를 의인화하여 높여 부르는 표준어이다. ‘햇님’은 비표준어.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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