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보름달 / 정호승, 반달 / 정호승

믈헐다 2021. 10. 22. 02:33

보름달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출처: 정호승 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열림원, 2002.

 

반달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출처: 정호승 시집 『수선화에게』, 비채, 2019.

(이미지는 빛나는세상 나눔공간 '수채화님' 제공)

두 시의 공통분모는 사랑이다.

가없는 사랑과 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은 사랑이다.

달은 이울어야 차고 차오르면 또다시 이운다.

이울어도 없어지지 않고 차도 넘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살이는 차고 또 차서 넘치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슬픔이 차오른 세상이다.

이번 추석은 슬픔을 함께 나누어 안았으면 좋겠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