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백반 / 윤제림
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출처: 윤제림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8.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인천에서 성장, 동국대 국문과 졸업,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해석1)
우리나라는 ‘한밭식당’이란 간판을 걸고 아침 일찍부터 장사를 하는 곳이 많다.
아침이 되는 식당의 메뉴는 많지 않지만 값이 싸고 양이 많으며 맛이 있다.
손님들은 주로 일찍 노동일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머리와 발에서 김이 나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밥 좀 많이 퍼요”라고 힘차게 외치는
한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한 가정을 넉넉히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해석2)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으로 ‘공사 현장’의 허름한 식당이 눈에 선하다.
새벽부터 공사판에서 일을 하며 노동으로 이골이 난 낯 검은 사내들은 우리의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머리와 발에서 나는 저 뜨거운 김이 우리의 솥단지에서 매일 피워 오르는 따뜻한 김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고
‘함바집’, ‘함바식당’의 '함바(hanba)'는 일본어 '飯場(はんば)'에서 온 말인데, 건설 현장에 마련되어 있는 식당을 말함이다. 이를 국립국어원에서는 '현장 식당'으로 순화하였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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