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 권정우
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수면 위의 줄글을 다 읽기는 하는 건지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
바닥이 깊고도
높다
*출처: 권정우 시집 『허공에 지은 집』, 애지, 2010.
*약력: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문학박사, 현재 충북대 교수.
시인이 바라본 저수지는 자기 안에 발을 담가도 물에 젖게 하지 않는다.
모난 것, 검은 것까지 이것저것 다 안으면서도 품은 것들에게 상처도 주지 않는다.
화자는 바람에 일렁거리는 물결을 ‘줄글’로 묘사를 하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하늘까지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숭고한 사랑인가.
*참고
‘줄글’은 한문에서, 구나 글자 수를 맞추지 아니하고 죽 잇따라 지은 글을 말한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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