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황지우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家山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 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출처: 황지우 시집 『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미래사, 1991.
*약력: 1952년 전남 해남 출생(본명 황재우), 서울대 미학과 재학 중 유신으로 강제 입영,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제적, 서강대 미학과 박사과정,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역임.
12월은 1991년이나 30년이 흐른 2021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12월이 되고 연말이 가까워지면 삶은 허허롭고 뭔가 빼앗긴 것 같다.
좀 더 머물고 싶은데 내 꼬락서니가 초라해 뵈고 고장 난 차 같다.
그리하여 힘센 차가 고장 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12월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참고
'코로나 블루(corona blue)'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하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의 대체어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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