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희망 / 윤희상

믈헐다 2021. 12. 10. 01:49

희망 / 윤희상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앞으로나란히를 해보지 못했다

많은 아이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다

언제나 맨 앞에 섰다

 

졸업식 날 펑펑 울었다

 

*출처: 윤희상 시집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2014.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다음에서 퍼온 사진)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 한 번도 앞으로나란히를 해보지 못했다.

선생님이 앞으로나란히를 구령할 때마다 언제나 맨 앞에 서는 아이는 할 일이 없었다.

아이의 희망은 졸업 전에 앞으로나란히를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졸업식 때도 제일 앞에 서는 바람에 희망이 무참하게 깨져 펑펑 울고 말았다.

남들은 졸업하는 것이 아쉽고 슬퍼서 운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아이는 아니었다.

누가 이 여자아이에게 이런 희망을 갖게 만들고 졸업식 날 펑펑 울게 했을까.

이제는 키순으로 줄을 세워야만 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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