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오리가 오리여야 하는 이유 / 복효근

믈헐다 2021. 12. 24. 02:49

오리가 오리여야 하는 이유 / 복효근

 

​엄마, 우리 안에서 놀아도 먹을 것 주잖아요

추운데 꼭 물에 들어가야 돼요?

 

물에서 헤엄치지 않으면 우릴 돼지로 안단다

 

그러면 좀 어때요?

 

그러면 우리가 꿀꿀하고 울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 있니?

 

*출처: 복효근 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애지, 2020.

*약력: 1962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참 재미있는 시이긴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단 재미로만 끝나지 않는다.

강에서는 어미와 오리 새끼들이 유영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미와 새끼들의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따뜻함이 있고 날카로운 비판이 번뜩인다.

어미는 물에 들어가는 것이 싫다고 투정부리는 새끼들에게 그 이유를 가르쳐 준다.

오리 떼들이 노니는 모습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성찰할 수 있지 않은가.

돼지는 돼지여야 하고, 오리는 오리여야 하고, 사람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을 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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