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겨울 저수지 / 윤희상

믈헐다 2021. 12. 21. 01:51

겨울 저수지 / 윤희상

 

외딴 산골 겨울 저수지 얼음 위에

돌을 던진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누구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다

돌은 말이 되기 위해

찬바람을 맞으며

얼음이 녹는 봄까지 견뎌야 한다

돌이 말이 되어 가닿는 곳은

저수지의 마음자리일 것이다

아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출처: 윤희상 시집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 강, 2021.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얼음으로 덮인 겨울 저수지 위에 던진 돌은 물속까지 전해지려면 봄까지 견뎌야 한다.

얼음이 녹은 다음에야 저수지의 마음자리에 닿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랜 기다림이다.

마치 마음이 꽁꽁 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쉽게 전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비로소 상대의 얼어붙은 마음이 녹은 다음에야 내 말을 전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마음속의 그 깊이까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지 않은가.

 

*참고

'찬바람' 냉랭하고 싸늘한 기운이나 느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바람이 차다'를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면 '찬√바람'으로 띄어 쓰는 것이 바른 표기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