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매화 / 한광구

믈헐다 2022. 1. 17. 01:14

매화 / 한광구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쪽 길이 맞나요?

 

*출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동아일보, 2022.01.08.

*약력: 1944년 경기 안성 출생, 경희대학교·연세대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봄날의 꽃은 많아도 혹한을 이기고 피는 꽃은 드물다.

시인은 매화가 꽃이기 전에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창가에 놓아둔 매화 분재에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려 한다.

그렇기에 매화와 단둘이 마주하고 매화에게 질문한다.

내가 사는 방향이 가는 방향이 이쪽 길인가요, 이쪽 길이 맞나요?

우리의 삶의 방향은 우리의 것이면서 우리의 것이 아니기도 하니,

가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기에 물으면서 더듬더듬 가는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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