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주스 / 김상미
나는 웃는다
네가 멀리 떠나갔는데도
나는 웃는다
한낮이 너무 밝아서 웃고
한밤중이 너무 깊어서 웃고
헤어지고 만나는 시간의 날개들이
너무 가벼워서 웃고
타는 듯 입술이 메말라서 웃고
가슴 한복판으로 날아온 그리움의 돌멩이가
자꾸만 창가로 불러내어 웃고
웃다가 웃고 웃다가 웃고
이제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어진
내 방에 걸린
네 사진처럼 웃고
그 사진 속 어둠처럼
깜깜한 웃음 주스를 마시며
웃는다
*출처: 김상미 시집 『잡히지 않는 나비』, 천년의시작, 2003.
*약력: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2003년 박인환문학상.
행복해서 웃는 것일까.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것일까.
시인의 웃음 주스에는 눈물과 쓸쓸함과 그리움이 배어 있다.
'그 사진 속 어둠처럼 깜깜한 웃음 주스를 마시며 웃는다'
설령 그 맛이 쓴맛일지언정 웃는다.
시인의 웃음 주스는 한마디로 마법의 주스이지 않은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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