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백반 / 배창환
- 통일론
순두부백반을 시키니
비지가 따라 나온다
본디 한 몸이었던 콩알들이
맷돌에 부서지고 이겨지면서
알맹이와 껍질이 딴 그릇에 담겼다
그걸 내가 번갈아 떠먹으니
뱃속에서 다시 또 한 몸이 되었다
사람 사는 이치 또한 이렇다면야
우리도 이러면 안 될 게 무언가
이런 생각 두고 세상에선 사람들이
순수하다 할까, 순진하다 할까
남이야 그렇게 생각하건 말건
순두부도 비지도 다 맛있게 넘어가고
속에선 좋다고 한동안 난리였다
*출처: 배창환 시집 『겨울 가야산』, 실천문학사, 2006.
*약력: 1956년 경북 성주군 출생, 경북대학교 국어과 졸업.
순두부와 몇 가지 반찬에 비지가 따라 나온 순두부백반의 상차림이다.
순두부와 비지가 배 속에 들어가니 다시 한 몸이 되었다는 기발함이 재미있다.
시인은 이것을 두고 사람 사는 이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나누어진 것들을 합치거나 여러 요소를 서로 같거나 일치되게 맞추는 통일론이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내 배 속에서 좋다면 뱃속(마음)까지 편하다는 뜻이 아닐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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