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두 사람 / 이병률

믈헐다 2022. 3. 4. 01:16

두 사람 / 이병률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출처: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7.

*약력: 1967년 충북 제천시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젓가락의 이야기를 빌려 사람의 인생과 만남을 그리는 시이다.

한 식당에 모인 젓가락은 운명처럼 제 짝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는 식당의 젓가락에게까지 운명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다.

젓가락과 우리는 제 짝을 만날 날이 언제 올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짝이란 꼭 연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친구나 취미도 될 것이다.

마음에 들어오는 충만함이면 모두 짝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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