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밟고 간 길 / 유진택
가난한 세월이 밟고 간 길 위에는
가난한 상표가 찍혀 있다
낡은 필름처럼 옛추억을 되돌려보면
누런 보리밭 이랑을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떠밀려 산비탈을 넘는 등 굽은 황소
질척이는 울음은 멍에에 매달려 먼 옛날을 부른다
가난을 감추려고
32인치 초대형 텔레비전을 사고
요술 같은 컴퓨터를 들여놓아도
내 책상머리에 꽂힌 시집은
토장국의 구수한 냄새만 풍긴다
읽을수록 더 선명해지는 시골길과
등 굽은 황소의 그늘진 울음,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목말라하는 가난의 그리움이다
*출처: 유진택 시집 『아직도 낯선 길가에 서성이다』, 문학과지성사, 1996.
*약력: 1957년 충청북도 영동 출생, 경성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위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질병뿐만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전쟁하듯 살아가는 작금의 시대이니 말이다.
이럴 때는 시 한 편 읽으며 그 옛날 가난의 그리움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수제비 / 송기원 (0) | 2022.04.08 |
---|---|
무거운 말 / 신미나 (0) | 2022.04.07 |
비밀번호 / 피재현 (0) | 2022.04.05 |
초저녁 별 / 권대웅 (0) | 2022.04.04 |
품 / 정현종 (0) | 2022.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