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무거운 말 / 신미나

믈헐다 2022. 4. 7. 01:18

무거운 말 / 신미나

 

요새 택배비가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출처: 신미나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창비, 2021.

*약력: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사진 출처: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지게, 2020. 09. 07.)

 

코로나19가 우리를 덮쳐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아직도 무거운 쌀가마니를 지고 다니는 아버지가 있다.

거지같다고 누군가 뱉은 그 말이 불붙은 종이가 되고 말았다.

다 지난 일이라 하더라도 그 말은 좀체 잊히지 않을 것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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