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내 안에 봉인된 삶이 있다 / 박남준

믈헐다 2022. 4. 12. 00:52

내 안에 봉인된 삶이 있다 / 박남준

 

마당 앞 울타리 위

죽은 매화나무와

때죽나무 긴 그늘을 베어 세운

작은 솟대

새의 몸이었던

푸른 나이를 기억하므로

노래에 가닿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의 사랑과 죽음

슬픔과 기쁨 또한

몸에 들여놓는 것이리

내 안에 봉인된 전생이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겠다

내가 새의 이전을 알고 있듯이

 

*출처: 박남준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걷는사람, 2021.

*약력: 1957년 전남 영광 출생,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죽은 매화나무와 때죽나무로 세운 작은 솟대에도

새의 지저귐뿐만 아니라 그림자까지 무수히 많은 세월을 품고 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 또한 그러하다.

그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슬픔과 기쁨까지도 오롯이 깃들어 있으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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