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의 얼굴 / 최정례
젊고 예쁜 얼굴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나를 보고 웃는 것은 아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빨간 꽃잎 뒤에 원숭이 얼굴을 감추고
일요일 아침 모두가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가자! 결의하고는 떠나고 있다
맹인의 지팡이 더듬어 잡고
*출처: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지성사, 2011.
*약력: 1956~2021,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
모란꽃은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않고 질 때는 한꺼번에 스러져버린다.
그렇게 허무하게 지는 것을 보노라면 인생의 한뉘 같다.
맹인의 지팡이의 안내를 받으며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어쩌면 그걸 가르치려고 우리 곁에 오는 꽃 같기도 하다.
빨간 꽃잎 뒤에 원숭이 얼굴을 감추고서 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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