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없는 말 / 홍일표

믈헐다 2022. 4. 27. 01:19

없는 말 / 홍일표

 

새를 열자 아침이 시작되었다

지저귀던 햇살들이 마당에

모여 들었다

서둘러 부화를 말하는 입속에

부리가 노란 봄이 가득해졌다

여러 개의 혀가 파닥거렸다

누설된 색깔들이 사라지고

없는 말들이 자욱해졌다

그가 보이지 않았다

금기어는 심장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았다

 

*출처: 홍일표 시집 중세를 적다, 민음사, 2021.

*약력: 1958년생, 1988 심상 신인상과 1992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새를 열면 아침이 시작되고 지저귀는 햇살들이 마당에 모여드는 봄이다.

새들도 부화의 기미가 가득한 부리로 지저귀는 걸 보면 봄이 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보다.

봄이 오는 방향에서 없는 것들이 나타나면서 그때 미처 몰랐던 말들도 자욱하리라.

그러면 마음에 꺼려서 피하는 말들이 심장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을 정도라고 전언한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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