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팽이 / 이진

믈헐다 2022. 6. 11. 00:17

팽이 / 이진

 

채찍으로 때려다오

돌고 돌아야만 설 수 있는 세상

나는 돌고 싶다

잠시라도 멈추면

바닥으로 나동그라질 뿐

성질 사나운 주인의 노예가 되어서

맞으면 맞을수록 아프게 각인되는 속도의 미덕

흙바닥이거나

시멘트바닥이거나

빙판이거나

시린 발목을 박아놓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곳곳이 서 있고 싶다

녹슬고 싶지 않은 생이므로

 

*출처: 이진 시집 『손바닥 위에 지구별을 올려놓고』, 시인동네, 2018.

*약력: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문예창작) 석사과정 졸업.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 시는 맞아야만 돌아가는 팽이와 우리의 인생살이를 연결하였다.

화자는 녹슬지 않은 생을 위해 팽이처럼 끊임없이 돌고 싶어 한다.

채찍을 맞으며 도는 팽이처럼 시련을 견디며 멈춤 없이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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