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 이진
채찍으로 때려다오
돌고 돌아야만 설 수 있는 세상
나는 돌고 싶다
잠시라도 멈추면
바닥으로 나동그라질 뿐
성질 사나운 주인의 노예가 되어서
맞으면 맞을수록 아프게 각인되는 속도의 미덕
흙바닥이거나
시멘트바닥이거나
빙판이거나
시린 발목을 박아놓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곳곳이 서 있고 싶다
녹슬고 싶지 않은 생이므로
*출처: 이진 시집 『손바닥 위에 지구별을 올려놓고』, 시인동네, 2018.
*약력: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문예창작) 석사과정 졸업.
이 시는 맞아야만 돌아가는 팽이와 우리의 인생살이를 연결하였다.
화자는 녹슬지 않은 생을 위해 팽이처럼 끊임없이 돌고 싶어 한다.
채찍을 맞으며 도는 팽이처럼 시련을 견디며 멈춤 없이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라는 말 2 / 김승희 (0) | 2022.06.13 |
---|---|
얼굴 2 / 김명인 (0) | 2022.06.12 |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0) | 2022.06.10 |
어쩌다가 만났을까? / 김언 (0) | 2022.06.09 |
구두 한 켤레 / 배창환 (0) | 2022.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