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얼굴 2 / 김명인

믈헐다 2022. 6. 12. 04:18

얼굴 2 / 김명인

 

잠에서 깨어나 하루치의 인상과 마주할 때

반반한 거울 너머 주름투성이 저 얼굴은

어디서 이목구비를 꾸어왔을까?

오래 돌아서 온 길이라며 수심 가득 찬

표정을 풀어 새날의 기분을 구겨놓는다

 

얼굴은, 왜 화가 나느냐며

상전벽해도 시시로는 안 바뀐다며 어른 위에

어린아이를 덮어씌우지만

턱수염까지 쉬어선 믿을 수 없다

증명하면서 항변하면서 그물처럼 촘촘해지지만

걸려드는 건 속이 터진 심술뿐,

 

누군가의 저녁을 닫으려고 혼잣말로 얼굴은

중얼거린다, 한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인데

왜 이리 요철이 많담, 타일이라면

이어 붙여도 똑같을 텐데!

 

*출처: 김명인 시집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문학과지성사, 2018.

*약력: 1946년 경북 울진 후포 출생, 1969년 고려대 국문과 졸업.

 

(그림 출처: 웃는 얼굴을 그리는 '이순구 작가의 작품)

 

지금 자신의 얼굴이 남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거울을 볼 때 비로소 어떤 표정인지 알게 된다.

거울은 반듯한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얼굴이 주름투성이에 수심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패거나 도드라져 반반하지가 않다고 얼굴에게 하소연을 한들 소용없으니,

구겨진 마음이라도 곱게 펴고 활짝 웃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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