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집착 / 문숙

믈헐다 2022. 7. 6. 00:27

집착 / 문숙

 

그물망 속에 든 양파

서로 맞닿은 부분이 짓물러 있다

간격을 무시한 탓이다

속이 무른 것일수록 홀로 견뎌야하는 것을

상처란 때로 외로움을 참지 못해 생긴다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상해서 냄새를 피운다

누군가를 늘 가슴에 붙이고 사는 일

자신을 부패시키는 일이다

 

*출처: 문숙 시집 『기울어짐에 대하여』, 애지, 2012.

*약력: 1961년 경남 하동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집착이라 한다.

그러니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어쩌면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집착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는 "누군가를 늘 가슴에 붙이고 사는 일은 자신을 부패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아무튼 사랑의 방식에는 공식도 정답도 없지 않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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