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여치 / 권달웅

믈헐다 2022. 7. 27. 01:20

여치 / 권달웅

 

뜨거운 여름 한낮

시든 떼찔레숲에 숨어

여치가 운다

무슨 애절한 사연이 있는지

하루 종일 소리만 쏟아놓는

슬픈 낭만주의자

가뭄 끝의 소나기처럼

오랜 날 참아온 눈물

쏟아놓고 또 쏟아놓아도

왜 가슴은 허전하기만 한가

여치는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만 가득한 한낮

떼찔레꽃이 하얗게

 

*출처: 권달웅 시집 『크낙새를 찾습니다』, 책만드는집, 2001.

*약력: 1943년 경북 봉화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대학원 졸업.

 

 

여치를 다른 말로 ‘씨르래기’라고도 부른다.

이는 여치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것이며, 울음소리는 수컷이 더 크다고 한다.

화자는 찔레 수풀에서 애절히 우는 여치 울음소리에 자신을 감정 이입시켰다.

‘떼찔레숲’, 떼찔레꽃‘이라고 중의적 표현을 한 까닭도 분명 있을 터.

떼로 우는 여치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떼로 핀 찔레가 천지를 하얗게 물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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