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 / 권달웅
뜨거운 여름 한낮
시든 떼찔레숲에 숨어
여치가 운다
무슨 애절한 사연이 있는지
하루 종일 소리만 쏟아놓는
슬픈 낭만주의자
가뭄 끝의 소나기처럼
오랜 날 참아온 눈물
쏟아놓고 또 쏟아놓아도
왜 가슴은 허전하기만 한가
여치는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만 가득한 한낮
떼찔레꽃이 하얗게
*출처: 권달웅 시집 『크낙새를 찾습니다』, 책만드는집, 2001.
*약력: 1943년 경북 봉화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대학원 졸업.
여치를 다른 말로 ‘씨르래기’라고도 부른다.
이는 여치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것이며, 울음소리는 수컷이 더 크다고 한다.
화자는 찔레 수풀에서 애절히 우는 여치 울음소리에 자신을 감정 이입시켰다.
‘떼찔레숲’, 떼찔레꽃‘이라고 중의적 표현을 한 까닭도 분명 있을 터.
떼로 우는 여치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떼로 핀 찔레가 천지를 하얗게 물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일가게에서 / 최영미 (0) | 2022.07.29 |
---|---|
잘 가 / 박지웅 (0) | 2022.07.28 |
물질은 비물질을 껴안고 운다 / 정채원 (0) | 2022.07.26 |
75번 국도 / 나호열 (0) | 2022.07.25 |
케미스트리 / 정채원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