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닢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해석
어머, 단풍이 들겠구나
장독대에 매우 붉은 감잎이 날라 와
누나가 놀란 듯 쳐다보며
어머, 단풍이 들겠구나
추석을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잦아 걱정되어
누나의 마음이 나를 봐주었으면
어머, 단풍이 들겠구나
김영랑의 고향 전라도 강진의 정겨운 사투리가 그대로 녹아 있으니
서정적이면서도 구수한 사투리가 마음이 푸근해지는 시이다.
요즈음의 아이들이 장광이 뭔지, 골 붉은 감잎 떨어진 곳에 눈길이나 갈지,
여러 날 전부터 기다려지는 추석 명절의 한없는 두근거림을 감이나 잡을 수 있을까?
당신의 눈빛처럼 맑은 가을하늘, 어머니의 품처럼 너른 들녘,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주황빛으로 익은 감 색깔만큼이나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하는 추석이 다가온다.
모든 이들의 마음에 둥근달의 축복이 골고루 스며들기를 바라보는 시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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