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고백 / 문정희
지금 와서 무엇을 속이랴
내 가슴 속에는 가난과 기침 말고도
사랑이 가득 숨어
지난여름 내내 불볕이었던 것을
어떻게 하랴
바람 불어오는 벌판
가만히 만삭으로 물드는 수밖에
*출처: 문정희·강병인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파람북, 2020.
*약력: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여자대학교대학원 박사.
시인에게 사랑은 에로틱한 열정이자 삶의 동력이다.
시인은 아낌없이 생의 순간을 사랑하고 싶었고, 늘 타오를 때만이 진정한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부질없음의 증거가 되는 사랑의 유한성마저도 사랑한다.
유효기간이 짧은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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