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가을 고백 / 문정희(8/24)

믈헐다 2022. 9. 1. 21:32

가을 고백 / 문정희

 

지금 와서 무엇을 속이랴

내 가슴 속에는 가난과 기침 말고도

사랑이 가득 숨어

지난여름 내내 불볕이었던 것을

어떻게 하랴

바람 불어오는 벌판

가만히 만삭으로 물드는 수밖에

 

*출처: 문정희·강병인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파람북, 2020.

*약력: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여자대학교대학원 박사.

 

(스토좌로프, 가을의 벌판, 24.6x73,4cm, 보드에 오일, 1955.)

시인에게 사랑은 에로틱한 열정이자 삶의 동력이다.

시인은 아낌없이 생의 순간을 사랑하고 싶었고, 늘 타오를 때만이 진정한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부질없음의 증거가 되는 사랑의 유한성마저도 사랑한다.

유효기간이 짧은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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