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나에게 / 유안진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종교가 ‘나’라는 것을
<ㄴ>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말씀>이신 신(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뿐인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 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시인(詩人)> 아닌가
꿈 깨게, 문여기인(文如其人) 잊지 말고.
*출처: 유안진 시집 『터무니』, 서정시학, 2021.
*약력: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 동 대학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박사 학위,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여기인(文如其人)?
어려운 한자는 아니지만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어학사전을 들춰 보고서야 ‘글의 풍격은 그 사람과 같다’라는 의미인 걸 알았다.
즉 ‘글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 깊이를 완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평생 시를 쓴 사람도 그럴진대 범인(凡人)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시인의 말씀처럼 시 쓰며 인간이나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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