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강아지 / 박진이
며칠 병실 간이 침상에서 조각잠을 잤다
젖을 말리는 어머니 몸에서 단내가 났다
앙상한 가지
젖은 더 이상 불지 않을 것이다
*출처: 박진이 시집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걷는 사람, 2019.
*약력: 201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신발」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화자는 엄마가 누워 있는 병실 간이 침상에서 잠을 자다가
젖을 말리는 어머니 몸에서 단내가 났다.
마르고 마른 엄마의 몸에서 버들강아지처럼 달라붙은 엄마의 젖이
앙상한 가지처럼 더 이상 불지 않을 것으로 느낀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화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니 울컥해 진다.
사실 이 시를 처음 감상하면서 시제가 왜 버들강아지일까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짧은 시이긴 하나 얼마나 울림이 강한 시인가.
*참고
'조각잠'은 표준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이다. 아마 '쪽잠'이나 '사로잠'의 의미인 것 같다.
'쪽잠'은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이고, '사로잠'은 염려가 되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하며 자는 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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