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친다는 것 / 정호승
사무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이다
마음의 벼랑 끝에 독락당(獨樂堂) 한 채 짓고
오늘도 날이 저문다는 것이다
저녁노을도 없이 강 건너 주막도 없이
새벽별도 뜨지 않았는데
허우적허우적
물살 센 깊은 강을 혼자 건너간다는 것이다
*출처: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 창비, 2020.
*약력: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시인은 사무침은 사랑이고, 사랑은 또 사무침이라고 말한다.
사무침은 감정이 바탕이 되어 마음의 벼랑 끝에 지은 독락당에서 홀로 즐긴다지만
사실 그게 어디 온전한 즐거움이겠는가.
어차피 사랑이란 희로애락애오욕의 일곱 가지의 감정을 다 품어야 한다면
칠흑빛 속에서도 물살 센 깊은 강을 홀로 건너간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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