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혼자와 그 적들 / 이문재

믈헐다 2022. 11. 2. 00:45

혼자와 그 적들 / 이문재

 

​혼자 살아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시끄러웠다

없는 사람 없던 사람

매번 곁에 와 있었다

혼자 마시는 술도 시끌벅적

 

​고마운 분들

고마워서 미안한 분들

생각할수록 고약해지는 놈들

그 결정적 장면들이 부르지 않았는데

다들 와서 왁자지껄했다 저희들끼리

서로 잘못한 게 없다며 치고받기도 했다

 

혼자 있어보니

혼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나는 나 아닌 것으로 나였다

 

*출처: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약력: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우리는 혼자 있을 때 가장 고요하고 편안한 것 같지만

실상은 오만 가지 생각이 들어 오히려 더 시끌벅적할 수도 있다.

혼자서 묻고 답하는 그러한 오만 가지 생각이 "혼자와 그 적들"이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의 사회학자 ‘리스먼’은 "군중속의 고독"이라 했다.

대중 사회 속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성격을 말함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관중 속에 홀로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그 예이다.

어쨌거나 "혼자와 그 적들"이건 "군중속의 고독"이건

외로움의 감정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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