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출처: 마종하 시집 『활주로가 있는 밤』, 문학동네, 1999.
*약력: 1943년 강원도 원주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9년 작고.
시인에게는 관조와 사색 그리고 성찰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시이다.
'관조'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이고,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이며,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다.
결국 사물이나 현상뿐만 아니라 형태가 없는 것까지 볼 줄 아는 '마음눈'을 말함이다.
이 짧은 시에서도 그것을 다 보여주니 따끈한 붕어빵 한 개를 선물 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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