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화가 / 윤희상

믈헐다 2022. 11. 13. 00:39

화가 / 윤희상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을 그리지 않고

바람에 뒤척거리는 수선화를 그렸다

바람에는 붓도 닿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람은 보지 않고

수선화만 보고 갔다

화가가 나서서

탓할 일이 아니었다

 

*출처: 윤희상 시집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2007.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화가가 바람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어 

정작 바람은 그리지 않고 바람에 뒤척이는 수선화만 그렸다.

사람들이 바람은 보지 않고 수선화만 보고 갔다고

화가가 탓할 일이 아니라며 아쉬움의 긴 여운을 남긴다.

그렇다.

화가가 남긴 그림이나 시인이 남긴 시는

그들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 오롯이 관람자와 독자의 몫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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