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돌 / 이영광
돌에 입힌 상처: 바르게 살자
바르게 살지 않으면
무른 살을 불로 지지고
쇠로 파내겠다
이마에 먹물을 넣고 칼을 씌워
이 거리 저 거리 꿇려 놓겠다
돌은, 아팠으리라
*출처: 이영광 시집 『끝없는 사람』, 문학과지성사, 2018.
*약력: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졸업.
경관이 수려한 곳의 선바위, 문바위, 벽바위 따위에 새겨져 있는 글귀처럼
'바르게 살자' 같은 글자가 낙인처럼 깊이 찍혀 있다.
돌에다 찍고 파내어 먹물을 집어넣는 행위가 과연 바르게 사는 것인가.
그 글귀가 몸에 찍힌 채 시간을 견디어 내는 돌의 마음은 어떨까.
돌은 아플 거라고 느끼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마냥 우스갯소리로 일축하는 우리와 달리 시인은 달랐다.
그 돌의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옮겨오면 아플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