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대한(大寒) / 최서림

믈헐다 2023. 1. 19. 21:28

대한(大寒) / 최서림

 

더 이상, 이름이 이름이 아닐 때

찢어진 말과 말 사이, 눈발 몰아친다

어긋난 늑골 속 허허벌판을 빙빙 돌며

가시 걸린 목소리로 울고 있는 저 검은 새,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바람 속을 떠도는

가슴 속 다 토해내지 못해, 새까맣게 타버린 저 떠돌이 새,

모든 빛깔을 삼켜버린 빛깔로 캄캄하게 울고 있다

더 이상, 말이 말이 아닐 때

 

*출처: 계간 시현실, 한국문학방송(DSB), 2009년 봄호.

*약력: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박사.

 

 

몸만 춥다면야 그런대로 겨울도 지낼 만하지만,

마음마저 덜덜 떨린다면 혹독하게 겨울을 나야만 한다.

거기다가 정치판도 경제판도 엄동설한이라면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대한만 지나면 입춘이다.

봄 햇살에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꿋꿋이 버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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