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 / 최서림
더 이상, 이름이 이름이 아닐 때
찢어진 말과 말 사이, 눈발 몰아친다
어긋난 늑골 속 허허벌판을 빙빙 돌며
가시 걸린 목소리로 울고 있는 저 검은 새,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바람 속을 떠도는
가슴 속 다 토해내지 못해, 새까맣게 타버린 저 떠돌이 새,
모든 빛깔을 삼켜버린 빛깔로 캄캄하게 울고 있다
더 이상, 말이 말이 아닐 때
*출처: 계간 『시현실』, 한국문학방송(DSB), 2009년 봄호.
*약력: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박사.
몸만 춥다면야 그런대로 겨울도 지낼 만하지만,
마음마저 덜덜 떨린다면 혹독하게 겨울을 나야만 한다.
거기다가 정치판도 경제판도 엄동설한이라면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대한만 지나면 입춘이다.
봄 햇살에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꿋꿋이 버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