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아침 / 이호준
일찌감치 독경 마친 산새들
줄지어 탁발 나서는 아침
담장 뒤에 몸 숨긴 보리수나무
발끝으로 제 그림자 비빈다
바람도 없는데 저 홀로 법당 문 열고
백팔 배 올리는 풍경(風磬)
안개 돌아가자
밤새 하늘 어귀 정박해 있던 앞산
삐걱삐걱 노 저어 와
공양간 앞을 기웃거린다
*출처: 이호준 시집 『티그리스 강에는 샤가 산다』, 천년의시작, 2018.
*약력: 기자이자 논설위원, 시인이자 작가.
산사에서 새들의 노래가 독경이라니 참 그럴듯한 표현이다.
먹이를 구하러 줄지어 나서는 모양새는 영락없이 탁발하는 모습이다.
아침 햇살에 "담장 뒤에 몸 숨긴 보리수나무 / 발끝으로 제 그림자 비빈다"
풍경은 백팔 배를 올리고, "밤새 하늘 어귀에 정박해 있던 앞산" 그림자는
"삐걱삐걱 노 저어 와 / 공양간 앞을 기웃거린다"
매일 이렇게 산사의 아침이 밝아오는 정경은 그지없이 평화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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