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꽃 / 홍사성
예쁜 얼굴 자랑하려 피는 게 아니구나
남 보기 좋으라고 피는 게 아니구나
봄 와서 몸 더워지니 못 견뎌 피는구나
꽃이든 사람이든 바위든 그 무엇이든
진짜 예쁜 것들은 나대지 않는구나
조용히, 그저 조용히 웃기만 하는구나
*출처: 홍사성 시집 『터널을 지나며』, 책만드는집, 2020.
*약력: 1951년 강원 강릉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이 시는 시조 형식에 가까우니, 아니 시조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형식으로 고려 말기부터 발달하여 온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이다.
따라서 이 시의 1행과 4행은 초장이며, 2행과 3행은 중장이고 3행과 6행은 종장이랄 수 있다.
이 시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행간에 숨겨진 의미는 더없이 크고 깊다.
그것은 꽃이든 사람이든 바위든 그 무엇이든 진짜 예쁜 것들은 나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꽃은 예쁜 얼굴 자랑하려는 것도, 남 보기 좋으라고 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시인에게 그냥 박수가 아닌 예쁜 꽃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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