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 고영민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어떤 미동(微動)으로 꽃은 피었느니
곡진하게
피었다 졌느니
꽃은 당신이 쥐고 있다 놓아버린 모든 것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마음이 불러
둥근 알뿌리를 인 채
듣는
저녁 빗소리
*출처: 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약력: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손등은 손바닥의 반의어이니 손바닥을 뒤집으면 바로 손등이고,
뭔가를 꽉 지는 것이 손바닥이라면 놓아버리는 것은 손등이다.
"꽃은 당신이 쥐고 있다 놓아버린 모든 것"이라니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내 손바닥과 손등에 달렸다는 말인가.
"마음이 불러 / 둥근 알뿌리는 인 채 / 듣는 / 저녁 빗소리"는 또 어떤 기분일까.
둥근 알뿌리처럼 마음에 맺힌 뭔가를 쥐고 놓아버리는 것도 오롯이 내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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