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손등 / 고영민

믈헐다 2023. 2. 20. 01:03

손등 / 고영민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어떤 미동(微動)으로 꽃은 피었느니

곡진하게

피었다 졌느니

꽃은 당신이 쥐고 있다 놓아버린 모든 것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마음이 불러

둥근 알뿌리를 인 채

듣는

저녁 빗소리

 

*출처: 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약력: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손등은 손바닥의 반의어이니 손바닥을 뒤집으면 바로 손등이고,

뭔가를 꽉 지는 것이 손바닥이라면 놓아버리는 것은 손등이다.

"꽃은 당신이 쥐고 있다 놓아버린 모든 것"이라니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내 손바닥과 손등에 달렸다는 말인가. 

"마음이 불러 / 둥근 알뿌리는 인 채 / 듣는 / 저녁 빗소리"는 또 어떤 기분일까.

둥근 알뿌리처럼 마음에 맺힌 뭔가를 쥐고 놓아버리는 것도 오롯이 내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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