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두꺼비 / 권달웅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장자가 일러주었다
두꺼비와 능구렁이를 보아라
알을 밴 두꺼비를 잡아먹은 능구렁이가
두꺼비의 독에 의해 죽고
오히려 죽은 두꺼비의 알은 깨어나
죽은 능구렁이 몸을 파먹고
두꺼비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두꺼비가 능구렁이에게 잡아먹히지만
실상은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와 같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출처: 권달웅 시집 『감처럼』, 모아드림, 2003.
*약력: 1943년 경북 봉화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대학원 졸업.
흔히 지는 게 이기는 거라며, 공자 왈 맹자 왈 말하지만 실상은 어디 그런 것인가.
승자와 패자의 차이가 천양지차이니 말이다.
어쩌면 패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지 않을까.
옛말에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라 하였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니 지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승패와 상관없이 항상 노력하라는 뜻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시인은 '장자'를 빌려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두꺼비가 능구렁이에게 잡아먹히지만 / 실상은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 세상일이 다 그와 같다 /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렇다. 와신상담도 좋고 절치부심도 좋지만 '장자의 두꺼비' 이야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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