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밤새 내린 비 / 이정하

믈헐다 2023. 2. 25. 01:28

밤새 내린 비 / 이정하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출처: 이정하 시집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푸른숲, 1997.

*약력: 1962년 대구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

 

 

시는 그 출발점이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시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시라는 것은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구름과 비의 생성 과정을 비유하여 화자의 심정을 토로하는 것도

바로 시적 상상력의 출발점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