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저녁의 마음 / 홍성란

믈헐다 2023. 3. 31. 02:30

저녁의 마음 / 홍성란

 

내 얼굴 편치 않은 건

내가 날 괴롭힌다는 것

 

헛간 데 떠다녔다고 하루가 웃는 들길에서

 

​나 말고

날 쥐었다 폈다 누가 할 수 있겠니

 

*출처: 홍성란 시조집 매혹, 현대시학사, 2022.

*약력: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국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수료,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시의 행간마다 드러난 화자의 저녁 마음은 온통 자아 성찰이다.

그렇다면 화자가 말하는 저녁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하루 일을 마친 해거름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인생의 해 질 무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얼굴이 편치 않은 것도, 헛간 곳을 떠다니는 것도, 하루가 웃는 들길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 또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참고

'헛간'의 단어 형성은 접두사 '헛-'과 동사 '가다'가 만나 '헛가다' 보람 없이 가거 잘못 가다 뜻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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