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농사 / 유재영
일용할 양식 몇 홉,
악기 대용 귀뚜라미 울음 몇 말,
언제고 타고 떠날 추녀 끝 초승달,
책 대신 읽어도 좋을
저녁 어스름
아,
그 집에도
밥 먹는 사람이 있어
하늘 한 귀퉁이 빌려
구름 농사짓는다
*출처: 유재영 시집 『구름 농사』, 동학사, 2022.
*약력: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박목월 시인에게는 시를, 이태극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추천 받아 문단에 나옴.
한 생애를 잘 산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맞이하면
가끔은 이와 같은 생각과 부딪치곤 한다.
진정 내가 이 생애를 잘 살았는지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은
일용할 얼마간의 양식과 하늘 한 귀퉁이 빌려 구름 농사지으며 살았다.
어쩌면 시인은 굴원의 삶을 연상하며 이 시를 탄생시켰는지 모른다.
인생이란 어차피 구름 같은 삶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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