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유채꽃 바다 / 정민기

믈헐다 2023. 4. 16. 11:34

유채꽃 바다 / 정민기

 

봄바람에 넘실거리기 전까지

바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갈매기처럼 나비 나풀거리고

바닷가에 서듯 유채꽃 가에 서 있다

떼 지어 날아오는 나비의 날갯짓!

거나하게 취한 듯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어쩌다 봄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구나

이 바다 눈부심에 그대 저만치 밀어둔다

햇살 부둥켜안은 듯한 저 빛깔

얼마 만에 느껴보는 체온이란 말인가

어쩌다 봄바람에 실려 온 벚꽃 잎

봄이 지나온 길목마다 눈웃음 환하다

하늘 물 흐르는 소리 구름 여울목에 갇혀

너와 나의 마음 맞지 않아 충돌하는 듯!

술기운 채 가시지 않은 나비 떼

나풀나풀 어디론가 몰려간다

거북한 속 시원하게 해장술이라도

한잔 걸치러 우르르 가는가 보다

 

*출처: 정민기 시집 오랫동안 못 본 사이에, 부크크, 2021.

*약력: 1987년 전남 고흥 출생, 2008<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봄바람에 넘실거리는 유채꽃은 파도가 일듯하고,

나풀거리는 나비는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로 연상한다.

말 그대로 화자는 바닷가에 서듯 유채꽃 가에 서 있다.

어쩌다 봄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지만, "이 바다 눈부심에 그대 저만치 밀어둔다"

거나하게 취한 듯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나비 떼가 어디론가 몰려가는 것은

속이 거북하여 해장술이라도 걸치고 싶은 화자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말이다.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침표 하나 / 황규관  (0) 2023.04.19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0) 2023.04.17
내간체로 읽는 밤 / 유재영  (0) 2023.04.15
구름 농사 / 유재영  (0) 2023.04.14
곱구나 ​​​/ 조창환  (0)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