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바다 / 정민기
봄바람에 넘실거리기 전까지
바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갈매기처럼 나비 나풀거리고
바닷가에 서듯 유채꽃 가에 서 있다
떼 지어 날아오는 나비의 날갯짓!
거나하게 취한 듯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어쩌다 봄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구나
이 바다 눈부심에 그대 저만치 밀어둔다
햇살 부둥켜안은 듯한 저 빛깔
얼마 만에 느껴보는 체온이란 말인가
어쩌다 봄바람에 실려 온 벚꽃 잎
봄이 지나온 길목마다 눈웃음 환하다
하늘 물 흐르는 소리 구름 여울목에 갇혀
너와 나의 마음 맞지 않아 충돌하는 듯!
술기운 채 가시지 않은 나비 떼
나풀나풀 어디론가 몰려간다
거북한 속 시원하게 해장술이라도
한잔 걸치러 우르르 가는가 보다
*출처: 정민기 시집 『오랫동안 못 본 사이에』, 부크크, 2021.
*약력: 1987년 전남 고흥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봄바람에 넘실거리는 유채꽃은 파도가 일듯하고,
나풀거리는 나비는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로 연상한다.
말 그대로 화자는 바닷가에 서듯 유채꽃 가에 서 있다.
어쩌다 봄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지만, "이 바다 눈부심에 그대 저만치 밀어둔다"
거나하게 취한 듯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나비 떼가 어디론가 몰려가는 것은
속이 거북하여 해장술이라도 걸치고 싶은 화자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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