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출처: 김남조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 미래사, 2002.
*약력: 1927년 경북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 마산고교, 이화여고 교사와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모윤숙’, ‘노천명’의 뒤를 잇는 1960년대 대표 여류시인으로 꼽힌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음 직하는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손 편지이다.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그리움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화자는 매일 속내를 다보여 주는 편지를 쓰지만,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라며 한 번도 편지를 부치지 않는다.
그대는 내 안을 비추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출석부를 사랑하여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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