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수선화에게 / 정호승

믈헐다 2021. 10. 20. 21:37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출처: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11.

(봄에 핀 우리 집 화단의 매화와 수선화)

 

이 시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한다.

화자는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듯이,

외로움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순응하라고 말한다.

외로움이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보편적 정서이므로,

이를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담담히 견디며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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