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급한 김에
화단 한 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
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
꽃 한 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
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
꽃도 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할까
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
꽃은 나를 ×이라 부른다.
*출처: 복효근 시집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문학과경계, 2002.
(송도 센트럴파크 ‘갯벌 오줌싸개’ 조형물. 연합뉴스)
복효근의 시집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시가 많다.
이 시는 화자의 경험이거나 관찰을 토대로 쓴 시일 것이다.
쉬운 언어로 표현하였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는 시이다.
원색적인 언어가 쓰여서 재미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웃음 속에 날카로운 자기 성찰과 분명한 메시지나 화두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
위 시는 자유 행시방에 올려진 '동남풍님'의 행시를 재미있게 읽다가 시풍이 비슷하여 소개합니다.
가을이 성큼 / 2021.9.23. 11:21, 동남풍님.
가로수를 바꿉시다 이왕이면 유실수로
을지로에 사과나무 청계천엔 이화나무
이쪽저쪽 나즈막히 주렁주렁 늘어지게
성장촉진 거름주자 오며가며 오줌누자
큼직하게 잘익으면 가다한입 오다한입
*덧붙임
'나즈막히'는 '위치나 소리가 꽤 나직하게'라는 뜻인 '나지막이'.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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