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 허형만

믈헐다 2021. 10. 23. 00:33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물고기를 닮은 나뭇잎들이

새파란 하늘을 바다로 알고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친다.

나무들은 허공의 중심에서 몸을 푼다.

그래야 하늘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산책길에 한 마리 물고기가 된다.

 

*출처: 허형만 시집 『바람칼』, 현대시학, 2019.

(사진은 빛나는세상 나눔의 공간 '수채화님' 제공)

 

나뭇잎과 물고기는 똑같이 푸른 유선형의 몸을 지녔다.

화자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나뭇잎의 몸짓이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닮았다고 느꼈다.

여기에 자신의 산책길 또한 그것을 닮기 위해 한 마리 물고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걸음 역시 푸르고, 가볍고, 높은 것이다.

그것은 나뭇잎과 함께 하늘을 날고 싶은 자유로움이 아닐까.

자연과 동화하지 않으면 상상력의 날개를 펼칠 수 없으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 복효근  (0) 2021.10.23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0) 2021.10.23
애평선 / 양광모  (0) 2021.10.23
단풍 / 복효근  (0) 2021.10.23
달빛 연서 / 수채화  (0) 202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