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믈헐다 2021. 10. 23. 00:35

가을의 러브레터

 

연분홍 편지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여름의 꽃밭에서

까만 분꽃 씨를 받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타는 가슴이지만

연분홍 꽃을 피운 분꽃이랍니다.

 

이젠 오세요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되면

당신의 아름다움이 산에도 피어나고

들판에도 피어나서

 

멀리 있던 마음은 가까워지고

꿈에만 보았던 얼굴을 서로 마주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하얀 코스모스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렵니다.

 

지금 연분홍 편지지에 보고픔 담아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출처: 오광수 시집 『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 고이북, 2005.

(21.09.28 17:02 '제아님'의 음악신청곡에서 발췌)

 

화자는 가을의 사랑 고백을 함에 있어 연분홍 편지지에 분꽃과 코스모스를 등장 시켰다.

무엇 때문일까?

 

사랑 고백의 편지지 색깔 중 연분홍만 한 색이 또 있을까.

연한 분홍색으로 엷게 붉은 빛깔의 핑크빛을 닮았다.

핑크빛은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흔히들 연애 상태가 얼마 시작되지 않았거나 잘 되어가고 있는 상태를

분홍색에 비유하여 '핑크빛 열애'라고 부르지 않은가.

 

분꽃은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색은 진한 핑크가 많고 다른 색들도 있다.

꽃이 저녁에 피어 이튿날 아침에 오므려지며 꽃에 은은한 향기가 있다.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소녀가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이 만든 첫 번째 꽃이 코스모스라는 전설도 있다.

 

분꽃과 코스모스의 꽃말의 공통점이 수줍음이다.

사랑 고백을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 님들도 지금 연분홍 편지지에 보고픔 담아 고운 당신께 편지를 써 보길 바랍니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