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그냥이라는 말 / 조동례

믈헐다 2021. 10. 23. 01:07

그냥이라는 말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 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지우는 말

그냥 살아요 그냥 좋아요

산에 그냥 오르듯이

물이 그냥 흐르듯이

그냥이라는 말

그냥 좋아요

 

*출처: 조동례 시집 『어처구니 사랑』, 애지, 2009.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금전수님' 제공)

“뭐해?”

“그냥”

우리는 흔히 ‘그냥’이라고 대답을 할 때가 있다.

이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하게 아무 목적과 정확한 까닭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나 조건이 따르지 않으니 오히려 허물없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이라는 말을 쉽게 할 때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서로 간의 믿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