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중독 / 성윤석

믈헐다 2021. 10. 23. 01:12

중독

 

당신과의 어떤 월요일은 창틀 하나로 남고, 또한 당신과의 어떤 일요일은

식은 커피잔의 그림자로 남아, 당신과의 어떤 방파제는 흰 등대로 서 있고

당신과의 어떤 저녁은 한 페이지로 남았네.

당신에게 쓴 글들은 차가운 비처럼 내리고 당신과 바라본 구름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어 가끔 잊기도 하고 가끔 꺼내 보기도 해.

*출처: 성윤석 시집 『멍게』, 문학과지성사, 2014.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수채화님' 제공)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다.

지난날의 사랑이든 지금의 사랑이든 다가올 사랑이든

커피 한 잔을 놓고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떨쳐버리기도 한다.

사랑은 아마도 인류의 시작과 동시에 생겨난 가장 오래된 감정이지 싶다.

사랑 때문에 웃고 울며 젊은 날의 청춘을 치열하게 보냈듯이,

중년과 노년에도 사랑의 감정은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다.

결국 화자는 이러한 모든 행위를 사랑의 중독이라고 말한다.

 

*참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술잔’만 술과 잔의 합성어로 인정하고,

‘물√잔’과 ‘커피√잔’은 합성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띄어 쓰는 것이 바른 표기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