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출처: 오탁번 시집 『눈 내리는 마을』, 시인생각, 2013.
(그림 출처: 따뜻한 하루)
항간에 떠도는 우스개도 기막힌 묘미가 살아서 생동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 '-데이'와 영어 'day'가 소리가 같아 일어나는 해프닝을 시에다 담았다.
서로 다른 뜻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대한 관심과 친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대상이지만 그 배려와 친절 덕분에 둘 다 행복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게 된다.
의도는 다르지만 행복한 결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성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