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믈헐다 2021. 10. 25. 00:40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출처: 오탁번 시집 『눈 내리는 마을』, 시인생각, 2013.

(그림 출처: 따뜻한 하루)

 

항간에 떠도는 우스개도 기막힌 묘미가 살아서 생동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 '-데이'와 영어 'day'가 소리가 같아 일어나는 해프닝을 시에다 담았다.

서로 다른 뜻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대한 관심과 친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대상이지만 그 배려와 친절 덕분에 둘 다 행복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게 된다.

의도는 다르지만 행복한 결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성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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