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안도현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출처: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1991.
단풍나무 / 안도현
둘러봐도, 팔짱 끼고 세상은 끄덕없는데
나 혼자 왜 이렇게 이마가 뜨거워지는가
나는 왜 안절부절 못하고 서서
마치 몸살 끝에 돋는 한기寒氣처럼 서서
어쩌자고 빨갛게 달아오르는가
너 앞에서, 나는 타오르고 싶은가
너를 닮고 싶다고
고백하다가 확, 불이 붙어 불기둥이 되고 싶은가
가을날 후미진 골짜기마다 살 타는 냄새 맑게 풀어놓고
서러운 뼈만 남고 싶은가
너 앞에서는 왜 순정파가 되지 못하여 안달복달인가
나는 왜 세상에 갇혀 자책의 눈물 뒤집어쓰고 있는가
너는 대체 무엇인가
나는 왜 네가 되고 싶은가
*출처: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작과비평사, 2013.
단풍나무 한 그루 /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 겠다고
가을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출처: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작과비평사, 2013.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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