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11월 / 배한봉

믈헐다 2021. 10. 30. 21:33

11월 / 배한봉

 

늑골 뼈와 뼈 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은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 아래서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 뼈로 이루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아픈 명치에서 파랗게 하늘이 흔들린다 

 

*출처: 배한봉 시집 주남지의 새들, 천년의시작, 2019.

*약력: 1962년 경남 함안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수채화님' 제공)

뼈가 시려오는 11월, 늑골 사이의 뼈와 뼈가 서있는 모습을 닮았다.

파닥거리는 나뭇잎을 모두 떨구어 늑골 뼈처럼 앙상한 가로수 길이다.

가을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하나하나 잎을 떼어내는 소리로 들리고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밝고 지나간다니 뼈처럼 쓸쓸하다.

가을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이 기우뚱기우뚱 흔들리는 11월을 노래하는 시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레질하는 여자 / 김기택  (0) 2021.11.03
니가 좋으면 / 김해자  (0) 2021.11.02
두 여자 - 팬티와 빤쓰 / 복효근  (0) 2021.10.30
팬티와 빤쓰 / 손현숙  (0) 2021.10.30
새벽 편지 / 곽재구  (0)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