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 박제영
착하다 사람 좋다
그기 다 욕인기라
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다
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
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
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
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
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
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
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
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까린데
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
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
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
길게 말할 게 뭐 있노
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
하모 그라믄 되니라!
*출처: 박제영 시집 『안녕, 오타 벵가, 달아실, 2021.
*약력: 1966년 강원도 춘천 출생, 달아실출판사 대표.
평생 착하게 산 남편을 할머니는 수레바퀴에 짓밟힌 짚강아지라고 푸념한다.
두억시니같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서 그렇다고 할머니는 소리친다.
할머니의 화살이 할아버지를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상을 향하고 있다.
사람 좋고 착한 사람이 귀하게 여김을 받는 세상이 옳은 세상이거늘
현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축구 등신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 좋고 착한 사람하고 살아낸 세월이 얼마나 한스러웠으면
손자를 붙잡고 두억시니 편에서 모질고 독하게 살라고 충고하겠는가.
*참고
‘축구(畜狗)’란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등신(等神)’이란 나무, 돌, 흙,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추구(芻狗)'란 예전에 중국에서 제사 지낼 때 쓰던, 짚으로 만든 개 인형(짚강아지)을 말한다.
'두억시니'란 모질고 사나운 귀신을 말한다.
'천지삐까리'는 경상도 사투리로 천지(온 들판)에 있는 삐까리(볏가리)란 뜻으로 매우 많다는 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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